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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여행/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57화 날아오르다 그 꿈들 - 서울 목동, 신월동 / 서서울호수공원, 친절한 봉자씨의 꿈, 용왕산, DJ 5인방, 유일의 열녀문, 함께 뜨개 겨울나기, 아귀찜 한 상

by multimillionaire oz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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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제157화 날아오르다 그 꿈들 – 서울 목동, 신월동

제 157화 날아오르다 그 꿈들 – 서울 목동, 신월동

안양천을 끼고 있어 과거 상습 침수지로 손꼽혔던 서울 양천구.

천호(千戶)의 가구가 들어설 정도로 인구가 밀집할 거라는 옛 예언처럼 수십 년 후, 이곳은 대규모 주택단지로 변모했다.

그리고 상전벽해(桑田碧海).

꿈같은 발전을 이룬 도시에는 이제 부지런히, 내일을 향해 도약하는 사람들이 동네 구석구석을 밝히고 있다.

157번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비상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동으로 향한다.

하늘에서 더 가까이, 서서울호수공원

 

서울 서남부 최대 규모의 휴식공간이라는 서서울호수공원. 잎도 꽃도 잠든 공원엔 작지만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바로 5분에 한 대씩, 공원 호수 위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일제히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는 유난히도 가깝게 느껴진다.

양천구살이 30년 차, 3년 째 서서울호수공원의 사계를 담는다는 사진사를 만난다. 그에게 비행기는 공원 풍경의 일부, 그 이상이다. 먼 곳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다시 또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그 설렘을 안고 그는 렌즈 속에 양천구의 하늘을 담는다. 매일 다른 하늘과 공원의 계절이 차곡차곡 작품이 된다.

 

추억의 모교 앞, 마을 지킴이가 된 동네 빵집

초등학교 앞,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작은 빵집이 있다. 학원 차를 기다리며, 하교 후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정류장이 되어주는 곳. 종종 인심 좋은 사장님이 건네는 빵 시식은 덤이란다. 어쩌다가 이 가게는 동네 쉼터가 되었을까. 사장 최혜자 씨는 자칭 ‘신월동 토박이’. 삼 대가 모여 살던 집을 개조해 빵집을 연 그녀에게 이 동네 어린이들은 모교 후배다. 그러니 자식뻘 손님들에게 자꾸 뭐 하나라도 더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지사. 여기에 상권을 살리겠다며 이웃 가게의 물건을 전시하기까지. 혜자 씨에게 추억이 깃든 동네는 함께 성장하고 싶은, 애정 어린 삶의 무대다. 거친 세상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해준,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추억의 힘을 안고 그녀는 오늘도 이웃들에게 빵을 선사한다.

 

■ 열매 화가, 굴림 만두 가게 ‘친절한 봉자 씨’의 꿈

꿈은 삶을 더 다채롭게 한다. 굴림 만두 가게 사장, 홍필순 씨에게도 그런 가슴 뛰는 꿈이 있다. 20년 째 ‘열매 화가’로 수많은 작품을 내놓는 그녀. 알알이 영근 작품들은 식당 사방을 채워낸다. 많은 사람들은 그림에 대한 필순 씨의 열정을 보며 말한다. ‘전업 작가를 하는 건 어때요?’ 하지만 필순 씨에게 그림은 식당 일을 버티게 하는 동력 중 하나. 그녀는 스스로 나의 1순위는 식당이라 말한다. 그만큼 부부가 탄생시킨 굴림 만두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 남편이 붙여 준 ‘봉자’라는 예명을 걸고, 필순 씨의 하루 12시간은 오직 손님들을 위해 흘러간다. 최선을 다해 매 순간 정성을 다했기에 그녀는 동네에서도 유명해졌다. 밝고 명쾌한 미소를 가진 ‘친절한 봉자 씨’. 붓을 놓지 않는 한, 봉자 씨의 웃음소리는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 10분의 여유! 도심 속 동네 뒷산, 용왕산

도심의 10분은 바삐 흘러가서 더 귀하다. 목동에서는 짧지만 소중한 그 시간을 할애해 산 하나를 오를 수 있다. 해발 78m, 무장애 데크 길로 이뤄진 용왕산이다. 낮지만 깊은 용왕산의 숲은 ‘목(木)동’이라는 동네 이름답게 많은 나무들이 우거져있다. 마실 나가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 오르면 용왕정이라는 정자 하나가 보인다. 소나무 사이로 서울의 경치를 조망한다. 무리하지 않아도 좋은, 여러모로 참 적당한 동네 뒷산이다.

 

■ 엄마들의 청춘 찾기, 마을 라디오 DJ 5인방

교육열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양천구 엄마들. ‘누구네 엄마’로 살다보니 정작 내 이름은 잊은 지 오래. 이젠 좀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엄마들이 작은 카페에 모였다. 이 모임의 이름은 ‘줌인 네거리’. 하는 일은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이다. 처음 이들이 만난 건 서울시 방송 교육 모임이었다. 1기생이었던 이들은 한때 DJ를 꿈꿨던, PD가 되고 싶었던, 글을 써보고 싶었던 평범한 아줌마들이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득한 옛 바람이었고 수업 몇 번으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작은 용기가 모이자 꿈은 현실이 되었다. 올해로 6년 차. 팀원들은 각자 만든 코너를 진행하며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세상에 공유한다. 남편을 위해, 아이를 위해 사느라 잠시 미뤄놨던 나의 꿈, 삶, 추억들. 방송은 이들에게 잊혔던 나 자신을 찾게 해줬다. 그래서 마을 라디오는 양천구 아줌마 5인방의 또 다른 꿈이다. 좀 더 오롯이, 나로 살아보는 인생의 새 길이다.

 

■ 동네 공원에서 만난 서울 유일의 열녀문

아파트 단지를 낀 산책로 끝자락에서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 명소’를 발견한다. 1729년(영조5년)에 세워진, 서울 유일의 열녀문이다. 표석에 따르면 중병으로 앓아누운 남편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다가 끝내 남편의 뒤를 따른 부인 이 씨의 절개를 높이 사 임금이 내린 문이란다. 이에 후손들은 ‘열녀 원정익의 처 전의 이 씨의 문’을 오래도록 보존했다. 열녀문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는 동안 그 사이 열녀의 기준도, 인식도 시대와 함께 변했다. 도심에서 만난 열녀문을 보며 ‘열녀문’이 가진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 의리로 뭉치다! 신영시장 청년들의 채소 가게

신영시장 최초 24시간 영업. 주문 시 경기 외곽까지 파 한 단도 배달하기. 지난 3년 간, 한 청년 채소 가게가 했던 도전이다. 해보니 안 되는 걸 깨달았다지만 무모한 시도는 여전히 현재 진행 형. 젊음을 담보로 새로운 일을 벌이며 인생을 배워가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34세이다.

부모 같은 손님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호객하는 직원, 이동근 씨를 만난다. 10년 전 한 슈퍼에서 지금의 사장님을 만났다는 그는 사장 정제영 씨에게 말 그대로 충성인데. 유통업 특성 상 고된 일이 많았던 동근 씨는 지금의 사장을 만나 처음으로 ‘일할 맛’을 느끼게 됐단다. 워라밸이 보장된 것도 아주 높은 임금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동근 씨가 이곳에 몸담게 된 건 사장 제영 씨 의리 때문. 여기에 가족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은 그의 진심을 울렸다고.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나란히 걷게 된 두 사람. 이들이 꿈꾸는 밝은 미래는 함께여서,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홀로 어머니’들의 ‘함께 뜨개 겨울나기’

신월3동 골목마다 나무들이 뜨개 옷을 입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보는 이들의 마음도 따스해진다. 겨우내 병충해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나무 뜨개 옷 입히기 작업. 93세 최정순 어머니와 친구들의 손길이 닿은, 이 마을의 자랑이다.

어머니들을 따라 시장 건물 2층 작은 공간으로 간다. 그곳엔 더 많은 뜨개 작품들이 쌓여있다. 냄비받침, 컵받침... 용돈벌이가 아닌, 더 어려운 이웃 아이들의 등록금, 검정료가 된다는 뜨개작품들이 한 땀 한 땀 엮여 제각기 빛을 낸다. 홀로 살며 결코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게 행복하다는 어머니들. 덕분에 신월동의 겨울은 올해도 포근하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복 많은 부부의 아귀찜 한 상

대를 이은 가게엔 공통적인 숙명이 있다. 선대의 업적을 잘 받들어야 한다는 것. 나아가 더 좋은 방향으로 새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양천구 터줏대감, 아귀찜 식당 2대 사장 부부에게도 1대 사장 어머니는 늘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다. 어머니는 동네가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500원 백반을 머리에 가득 이고 장사하던 억척스런 분이었다. 그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지킨 가게는 20년 전 아들 내외의 몫이 됐다. 하지만 자식 고생 길, 눈 뜨고 못 보는 부모 마음 때문일까. 어머니는 수 년 째 먼 곳에서도 손수 농사지은 재료들을 올려 보낸다는데. 계절 따라 바뀌는, 9종 나물 반찬 재료는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것. 행여 아귀찜만으로는 부족할까 한 달에도 몇 번씩 꾹꾹 눌러 담은 제철 나물들은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됐다. 부부 둘 뿐이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을 귀한 한 상. 가족 모두의 사랑이 모여 가게는 다음 세대의 풍경들을 기다린다.

 

상생과 공존의 힘을 믿으며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 서울 목동, 신월동의 이야기는 2월 1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57화 날아오르다 그 꿈들 – 서울 목동, 신월동] 편에서 공개된다.

원문/사진: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town/pc/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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