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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550회] 겨울 제주, 하영 속았수다예 / 구좌 당근밭, 제주 월동무, 꿩사눙의 추억, 옥돔, 오문봉 어르신댁

by multimillionaire oz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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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주, 하영 속았수다예

2022년 2월 24일 19:40 방송

겨울 제주, 하영 속았수다예

기획 KBS / 프로듀서 정기윤

제작 하얀소엔터테인먼트 / 연출 장현호 / 작가 한지원

2022년 1월 13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 8시 30분

한라산 눈꽃과 은빛 억새밭 사이,

초록빛 들판이 가득한 제주도의 겨울은 육지와는 사뭇 다르다.

‘월동무’와 ‘당근’ 등 겨울 채소 수확이 시작되고,

찬바람에 살이 오른 ‘옥돔’과 꿩이 제철을 맞기 때문이다.

추울수록 맛있어지는 제철 산물로 땅과 바다가 들썩이면,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인 ‘속았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칠고 시린 겨울을 뜨겁게 살아낸 제주 사람들의 수고로움 가득한 밥상을 만난다.

 
제주 겨울은 당근이지! - 구좌 당근밭을 누비는 홍반장을 만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일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한창 수확이 시작된 당근 때문이다. 겨울에 수확하는 제주 당근은 향이 좋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 전국 당근 생산량의 60%가 제주에서 재배되는데, 그중 90%가 구좌읍 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구좌 당근밭에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면 달려가는 홍반장이 있다. 일꾼들과 함께 당근밭을 누비는 홍반장, 홍금덕 씨는 준비해온 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아침과 점심, 간식까지 밭에서 밥상을 차리는 요리사이기도 하다. 당근으로 색과 향을 더한 칼국수에 당근만 갈아 만든 쥬스까지, 한겨울 당근밭 지키는 일꾼들의 따뜻한 한끼를 만난다.

 

▶ 찬바람을 견디며 단맛을 품은 제주 월동무

제주 중앙부에 우뚝 솟아있는 화산, 한라산. 한라산의 용암으로 이뤄진 제주는 그 덕에 화산회토가 많다. 비옥하고 물빠짐이 좋은 화산토양 덕분에 당근, 감자와 같은 뿌리작물이 발달했는데, 또하나 제주의 겨울을 대표하는 작물이 바로 겨울을 나고 수확한다 해서 이름이 붙은 ‘월동무’다. 찬바람을 견디며 달고 더 단단해진 겨울무는 채소가 귀해지는 시기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더 좋은 대접을 받곤한다.

18년째 무농사를 짓고 있는 문대헌, 오미라 부부. 아버지의 농사를 돕던 아들은 뒤늦게 아버지의 땅으로 돌아와 베테랑 농부가 됐다. 아들에게 농사일을 맡겨두고 쉬어도 될법한데, 여든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여전히 50년 넘은 전용 자가용 ‘탈탈이’를 몰며 이 밭 저 밭을 누비며 사신다. 지금처럼 대량으로 무를 재배하지 않던 시절, 아버지는 늘 땅속에 무를 거꾸로 묻어 저장해두었다 꺼내 무속을 파내고 꿀을 넣은 후 불에 구워 자식들에게 감기약 대신 먹이고, 무는 썰어 동상 걸린 손발에 붙여주곤 했다.

 

멸치젓과 무만 넣고 졸여 만든, 이름도 반찬이라는 뜻의 ‘촐래’, 잔치날 돼지의 갈비뼈 부위와 무와 메밀가루로 걸쭉하게 끓인 ‘접짝뼈국’과 무를 채썰어 볶아 만든 ‘진메물’까지, 밥상에서도 무는 기본 반찬이자, 큰일 치를 때 빠지지 않던 식재료였다.

추위를 견디며 더 달고 단단해진 월동무처럼, 아픈 사연을 품고 살아온 가족들의 밥상을 만난다.

 

▶ 덕천리 마을 겨울 꿩사눙의 추억

 

큰 화산의 옆쪽에 붙어서 생긴 작은 화산이라 불리는 ‘오름’. 제주에는 총 368개의 오름이 존재한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믿어온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삶의 모든 것이었다. 덕천리 마을 사람들에게 오름은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던 삶의 터전이었다. 겨울이면 오름에 올라 꿩이 다니는 길목에 꿩코라 부르던 올가미를 놓곤 했다. 명절이 다가올 때면 마을 사람 여럿이 팀을 이뤄 꿩사눙이라 부르던 사냥을 나서기도 했단다. 아버지가 꿩사눙을 다녀오는 날이면, 그날이 고기 먹는 날. 금방 잡아 온 꿩을 눈 위에 던져두었다 살짝 얼면 회를 떠서 육회로 먹기도 하고, 된장 양념을 풀어 ‘꿩물회’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뼈까지 함께 넣고 푹 고아 끓인 꿩국과 다리살만 따로 모아 대나무 꼬치에 끼워 구운 꿩다리산적에 꿩고기로 만든 ‘꿩엿’까지, 덕천리 사람들에게 꿩은 부족한 먹거리를 넉넉하게 채워주던 고마운 선물이었다.

 

특히, 겨울이면 집마다 꿩엿 만드는 냄새로 진동을 했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어, 꿩엿 만들기에 마을 부녀회가 나섰단다. 꿩을 통째로 삶아 육수를 내고, 찹쌀밥과 엿기름을 넣어 삭힌 다음 엿물을 만들어 고기살을 넣고 졸여 꿩엿을 만들기까지 꼬박 3일의 수고와 정성이 필요하다. 꿩사눙의 추억을 간직하며, 옛 맛을 지키며 사는 덕천리 사람들의 꿩밥상을 만난다.

 

▶ 제주 바다의 겨울 진객 ‘옥돔’

제주 남원읍 태흥리 앞바다. 이른 새벽 서둘러 조업을 나서는 옥돔잡이 어부들로 분주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오르는 옥돔이 한창 제철이라 옥돔잡이 배들끼리 좋은 어장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한데다, 당일 잡아 판매하는 일명 당일바리 옥돔이라 위판시간을 맞춰 돌아오려면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단다.

발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어 이름에 구슬 옥(玉)자가 붙은 옥돔은 제주 사람들에겐 유일하게 생선 대접을 받아온 귀한 몸. 수백 개의 바늘이 달린 깊은 바다에 숨어 사는 탓에 잡기도 까다로워 여전히 몸값 높은 귀한 생선이다. 신선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처 제주 연안에서 당일 잡은 옥돔을 최고 대접을 받는다. 조업을 마친 배들이 돌아오면, 매일 오후 옥돔 경매가 시작되는데, 당일바리 옥돔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태흥리에는 ‘옥돔마을’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지금은 귀해서 엄두도 못내는 생선이 됐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옥돔은 매일 밥반찬으로 밥상에 올리던 만만한 생선이었단다. 소금 간을 해, 볕이 좋은 날 마당에 말려두었다 참기름을 발라 구운 ‘옥돔구이’를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빙떡’을 부쳤단다. 메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친 다음 위에 무채나물을 넣어 돌돌 만 ‘빙떡’은 ‘옥돔구이’와 함께 먹어야 간이 딱 맞는 단짝! 옥돔은 단백질도 풍부해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옥돔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하고 몸이 아플 때면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평생 해녀로 살아오는 동안 바닷일에 밭일과 집안일까지 쉼없이 부지런히 살아온 대흥리 사람들. 그 고단했던 시간을 위로해주는 귀하고 따뜻한 옥돔밥상을 만나본다.

▶ 오문봉 어르신댁 칠남매의 겨울나기 추억

 

제주 구좌읍 한동리의 한 당근밭에서 만난 아흔의 오문봉 어르신은 당근 농사를 짓기 전 메밀과 조, 고구마 농사를 짓던 때가 어제처럼 생생하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어르신 댁에는 일곱 남매가 가장 든든한 일꾼들이었단다. 밭일을 할 때면, 밭 근처에서 불을 지피고 소금에 푹 절인 고등어며 각재기같은 생선을 구워 먹곤 했다. 생선이 구워지면 살은 모두 자식들에게 발라주고, 부모님은 대가리와 뼈만 골라 먹곤 했다. 대가리가 더 맛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는 자식들은 이제야 그게 부모님의 사랑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단다. 칠남매 중 자식 여섯의 결혼식 잔치도 직접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어 집 마당에서 치렀다.

 

잔칫날이 빠지지 않았던 음식인 순대는 당면이 아닌 메밀가루가 들어간 ‘메밀순대’. 해녀로 일을 하신 어머니가 이맘때면 바다에서 건져오시던 몸(모자반)과 돼지뼈, 내장을 넣어 함께 끓인 ‘몸국’도 잔칫상에 빠지지 않았던 음식이다. 보글보글 몸국이 끓으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저린다는 딸 오미옥 씨.

늘 일만 하며 바쁘게 살면서도 불평 한번, 큰소리 한번 내신 적 없던 어머니의 따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지지만, 오랜만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그대로 팥소를 넣고 메밀만디를 빚으며, 함께 마주 앉아 음식을 만들어 먹고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원문: 한국인의 밥상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table/pc/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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