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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여행/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 160화 햇빛 찬란하다 아리랑 고갯길 – 경남 밀양 / 밀양 아리랑, 얼음골 사과빵, 미리미동국, 밀양 부편,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 한천 건조장, 오지마을 부부

by multimillionaire oz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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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0화 햇빛 찬란하다 아리랑 고갯길 – 경남 밀양

제160화 햇빛 찬란하다 아리랑 고갯길 – 경남 밀양
 
경남의 동북부.
북으로는 영남 알프스를 두르고,
아랫녘에는 낙동강 물길이 흐르는 곳, 밀양
 
‘빽빽한 볕’이라는 그 이름처럼
구석구석 내밀한 공간마다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는 축복의 땅이다.
 
160번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흥겨운 아리랑 장단에 맞춰
눈물겨운 인생 고갯길도 사뿐사뿐 웃으며 넘어왔을
이웃들을 찾아 경남 밀양으로 떠난다.
▶영남루에 울려 퍼지는 밀양아리랑

밀양강변의 절벽 위에 자리한 영남루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名樓)로 손꼽힌다. 조선 시대 밀양도호부의 객사 부속 건물로, 손님을 접대하거나 여흥을 즐기는데 쓰였으며, 누각에서 바라본 경치가 빼어나 밀양 8경 중 으뜸으로 불린다. 영남루로 들어선 김영철은 3대 아리랑 중 하나인 밀양 아리랑을 부르는 노부부를 만난다. 지게를 지고 경쾌하게 박자를 타며 신명 나게 노랫말을 주고받는 부부. 늦은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게 한 것도 밀양아리랑 덕분이란다. 밀양아리랑으로 인생 황혼기를 즐겁게 물들이는 부부를 만나고, 영남루에서 밀양시가지를 바라보며 동네 한 바퀴 여정을 시작한다.

 

▶새콤달콤 사랑 가득! 얼음골 사과빵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어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리는 얼음골. 그 일대에서 자란 사과는 큰 일교차 덕분에 높은 당도와 식감이 뛰어나 명품 사과로 알려져 있다. 사과 향이 물씬 풍기는 얼음골 도롯가를 걷던 배우 김영철. 즐비한 사과 가판대 사이에서, ‘얼음골 사과빵’이라고 적힌 푸드 트럭을 발견한다. 마침, 트럭 안에서 사과빵을 굽고 있던 주인장들. 5년 전, 얼음골에 들어와 사과 농사를 지으며, ‘나만의 경쟁력’으로 사과빵을 개발한 부부란다. 사과빵만큼 새콤달콤한 것이 바로 14살 차이 부부의 러브스토리! 일찍 아버지를 여읜 남편 호준 씨는 홀어머니와 4명의 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마흔이 넘도록 결혼은 생각지도 못했다는데. 우연히 조카의 하원 길에서 본 유치원 선생님에게 한눈에 반해 ‘오빠 못 믿나? 내 애를 낳아도!’ 당찬 고백으로 한 달 만에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골인했단다. 남들보다 키는 쪼금(?) 아쉽지만, 자신감과 추진력만큼은 불도저 급인 남편. 덕분에 어여쁜 아내와 평생의 꿈이었던 사과 과수원을 갖게 됐다는데. 누구보다 큰 배포를 가진 호준 씨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가 만드는 달달~ 상큼한 얼음골 사과빵을 맛본다.

 

▶원도심의 문화 도시재생 프로젝트 ‘미리미동국’

시내로 들어와, 밀양강 수변 데크를 걷던 배우 김영철. 길 건너 동네 초입에 ‘미리미동국’이라 쓰인 표지판에 눈길이 간다. 망루며, 담장이며, 나무판을 덧대 옛 요새처럼 지은 미리미동국. 알고 보니, 쇠락한 원도심의 빈집들을 리모델링해 만든 지역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자수, 도예, 염색 등 8개의 공방이 모여 있다. 미리미동국이란 낯선 이름도, 삼한 시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밀양의 옛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융성했던 그 옛날의 밀양처럼 온기를 잃어가던 원도심이 지역의 문화예술거점으로 다시 한번 부활하기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단다. 미리미동국을 둘러보며 새봄, 다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원도심에 또다시 찬란한 꽃이 피길 응원해본다.

 

▶밀양 부편으로 인생 항로를 찾은 아들과 등대가 되어준 어머니

1479년 읍성 축조 때부터, 5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밀양 아리랑 시장. 시장 구경에 나선 배우 김영철은 ‘밀양 부편’ 이란 생소한 떡을 만드는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부편이란 큰상을 꾸밀 때, 올리는 떡 중 가장 윗부분을 장식하는 웃기떡으로, 다른 떡에 비해 유난히 손이 많이 가 시중에선 보기 힘든 떡이다. 부편으로 유명했던 밀양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5년 전, 청년 사장 병우 씨는 지인의 떡집을 인수해, 부단한 노력 끝에 부편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는데. 한때는 인생의 항로를 못 찾고, 캄캄한 망망대해를 표류했다는 병우 씨. 꿈도, 열정도 없던 그를 일으켜 세우고, 등대처럼 갈 곳을 비춰준 것은 어머니였단다. 늦되는 자식을 지켜보며 부단히도 애끓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악물고 노력해 이젠 밀양 부편으로 전국 제패도 꿈꾸는 병우 씨. 겨울이 가면 기어이 봄이 오는 것처럼, 뒤늦게 봄날을 맞은 떡집 청년을 만나본다.

 

▶그날의 뜨거운 함성!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

밀양 시내 중심지를 걷던 김영철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한다. 89명의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총 8번의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밀양. 특히 시내 중심지 경계를 따라 흐르는 해천 주변은 일제강점기에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생가지가 있고, 다양한 항일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특히 1919년 3월 13일, 밀양에서 일어났던 만세운동은 영남지역 최초의 대규모 독립운동으로, 그날의 나라 사랑과 평화정신을 기리고 역사적 의의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2015년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103주년을 맞은 3.1절을 기념하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100년 전통의 산골 마을 한천 건조장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내면의 한 마을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 약 5만 평이 넘는 논 위로 흰 천을 깔아놓은 듯 무언가 널려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바로 양갱이나 젤리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낼 때 쓰이는 한천! 우리에겐 더운 여름날 마셨던 우무 콩국으로 더 기억되는 식재료다. 한천은 우뭇가사리를 삶아 묵으로 만든 뒤, 한겨울 칼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만들어지는데. 경남과 경북의 경계, 밤낮의 일교차가 큰 밀양이 한천 말리기에 최적의 장소로,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천을 말리는 자연 건조장이 있단다. 덕분에 농한기, 마을 어르신들에게 용돈 벌이로 한천만 한 것이 없어, ‘한천 말려 한밑천 잡는다’ 는 우스갯소리도 있단다. 한천 말리는 동네 어머니들을 만나 밀양 한천의 오랜 역사를 들어본다. 

 

▶차 한잔 공짜로 대접하는 오지마을 부부

해발 600m에 있는 오지마을. 10가구도 채 살지 않는 작은 마을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은 ‘차 한잔 하고 가시게!’ 라고 쓴 표지판을 세워둔 집을 발견한다. 오지마을에 온 길손 누구에게라도 차를 대접한다는 부부. 벌써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일이라는데. 부산에서 단과 학원을 운영했던 부부는 12년 전, 소란한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조용한 이곳에 반해 귀촌을 결심하고 직접 길을 내고, 전기를 끌어오고, 텃밭을 일구며 자신들의 낙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물 한 잔 얻어먹기 힘들었던 경험을 기억하며, 오지마을을 오가는 손님들께 차를 대접하기 시작했고, 어떨 땐 식사 때 오신 손님들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만든 반찬과 찌개로 정성껏 차린 한 상을 대접하기도 한단다. 그렇게 다녀간 손님들이 작년에만 35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소소한 차 한 잔, 밥 한 끼를 드리고 당신들은 몇 배의 행복을 돌려받는다고 부부. 봄 햇살 같은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부부의 담긴 산골 밥상을 맛본다.

 

▶하모니카 육 남매가 연주하는 고향의 봄

오래된 고택과 흙담이 어우러진 밀양 부북면의 퇴로마을. 고즈넉한 마을 골목을 걷던 배우 김영철은 어디선가 들리는 경쾌한 합주 소리에 걸음을 옮긴다. 한 주택 마당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는 사람들. 생김새뿐만 아니라 흥 많은 것도 닮은 육 남매 음악단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남매들이 고향인 밀양으로 다시 모이게 된 배경에는 막냇동생이 있다. 막내의 ‘설득 반 강요 반’ 권유로 다 같이 하모니카를 불게 되었단다. 포기하겠다는 언니들을 몇 번이고 붙잡아 연습시켰다는 막내 계선 씨. 옛 추억이 담긴 고향 집에서 남매들의 음악회를 여는 것이 꿈이라는데. 한번 만났다 하면 이야기보따리 푸느라 꼬박 밤을 새울 정도로 우애가 좋다는 육 남매는 합주마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오 자매의 하모니카 연주에 남동생의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진 ‘고향의 봄’을 들어본다.

 

▶진국 같은 고부의 마음이 담긴 돼지국밥

날이 좋아서, 좋지 않아서 언제나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어느 때에도 빠지지 않는 밀양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일찍이 농경문화가 발달했던 밀양은 농사일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돼지를 많이 키웠고, 덩달아 돼지를 활용한 음식문화도 발달했단다. 밀양역 인근, 옛 동네를 걷던 배우 김영철은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돼지국밥집을 발견한다. ‘닥치기 할매’라 불렸던 1대 어머니에게서 배운 솜씨 그대로, 2대 시어머니와 3대 며느리가 운영하는 가게다. 25여 년 전, 집안사람에게 보증을 섰다가 당신은 물론 아들 내외의 전 재산까지도 잃었다는 시어머니. 아들 내외를 볼 면목이 없어 얼굴도 들지 못했던 어머니를 위로하며, 그동안 놓고 있었던 국밥집을 다시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며느리였단다. 구순이 가까운 나이, 새벽마다 가마솥에 육수를 끓이고, 고기를 손질하는 시어머니.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며느리에게 진 마음의 빚은 다 갚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시어머니가 또 안타까운 며느리. 며느리의 시선 끝에는 늘 시어머니가 계신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진국 같은 고부의 돼지국밥을 맛본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구애하듯 손짓하는 동네, 경남 밀양. 봄 햇살처럼, 따뜻한 정을 나누는 밀양 사람들의 이야기는 3월 5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60화 햇빛 찬란하다 아리랑 고갯길 – 경남 밀양]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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