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짬짬이 여행/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74화] 지금만 같아라 - 충남 당진 / 딸부자 어죽 어머니, 섬마을 노부부, 소난지도 귀어부부, 89년 막걸리 양조장, 백년 대장간, 인형극 할머니들, 면천 콩국수

by multimillionaire oz 2022. 6. 11.
반응형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 174화 지금만 같아라 – 충남 당진

지금만 같아라 - 충남 당진

잔잔한 서해 바다, 완만한 구릉, 드넓은 평야.

당진은 무엇 하나 굽이치지 않아 평온한 곳.

긴 해안선을 따라 내륙 끝으로 와도 반듯한 대지가 대자연의 품처럼 넉넉히 펼쳐지는 동네다.

174번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서는

변함없는 수평선을 닮아 인생의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오랜 세월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 온 사람들을 만난다.

평화로운 풍경, 한 조각이 된 누군가의 삶을 따라 걸어본다.

 

초록을 담다, 삼선산 수목원

 

2017년 개장한 삼선산 수목원은 이름처럼 산에 개장한 수목원. 일출 명소, 함상공원, 성지 등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당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다. 높은 산이 없는 당진의 지리적 특성 상 삼선산 또한 충분히 걸을 만한 높이. 가는 길목마다 색색의 꽃들이 넘실댄다. 정상에는 당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과 산 너머 서해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작년 여름, 한 차례 당진을 방문했던 배우 김영철은 삼선산 수목원에서 또 한 번의 새 여정을 시작한다.

 

3대를 이은 고부의 맛, 면천 콩국수

 

작년에 이어 다시 면천읍성을 찾은 배우 김영철. 면천 성터 아래, 콩국수 골목을 발견한다. 쌀만큼 콩이 유명했다는 이 동네는 반백 년 넘게 콩국수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란다. 한 식당에 들어서자 콩을 걸러내는 고부를 만난다. 운이 좋았다는 말에 무슨 말이고 하니 하루 딱 3시간. 그것도 일일 판매량인 150 그릇을 다 팔면 정오 무렵에도 문을 닫는다고. 배짱 장사의 이유는 바로 꼬박 2시간, 손수 콩 껍질을 걸러내는 작업 때문이었다. 백태와 청태를 섞어 갈아 만든 콩물은 노력만큼 과연 깊고 깔끔하다. 고부의 화끈한 입심만큼 시원하고 구수한 콩국수를 맛본다.

 

평균 연령 82세! 인형극 할머니들의 행복

 

마을회관 앞 비닐하우스 안이 북적인다. 할머니들이 직접 녹음한 대사에 따라 인형극에 한창이다. 무대 뒤, 배우들의 비장한 표정과 달리 손가락 인형들은 우왕좌왕. 그래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평균 연령 82세, 10명의 할머니들에겐 이 자체가 그저 행복이다. 할머니 회원 중 한 명의 딸인 문영미 씨로부터 시작된 연극 동아리 ‘회춘 유랑단’은 평생 농사일만 하던 할머니들을 화려한 조명 아래로 이끌었다. 그날 이후 무료하던 일상엔 활력이 생겼고 혼자 살던 할머니들은 둘도 없는 자매들을 얻었다. 남편을 앞세운 그리움도, 객지에 간 자식이 보고 싶은 마음도 이젠 서랍 속 사진처럼 넣어둔다. 고단했던 삶을 눈물이 아닌 행복으로 채워낸다.

‘반농반어‘ 지역 맞춤형 백 년 대장간

 

전통시장 부근 작은 골목에서 쇳소리가 들린다. 철제 농기구를 주렁주렁 매단 대장간이 보인다. 그곳을 홀로 지키는 손창식 씨는 충남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당진에서 4대째 가업을 이어온 대장장이다. 대장간은 농기구뿐만 아니라 바다와 갯벌이 많은 지역 특성 상 다양한 어로기구도 만들어 왔다. 덕분에 지금도 간간이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모두 숙명 같은 일이다. 13세부터 대장일을 시작한 것도,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그래서 일흔이 훌쩍 넘은 그에게 대장일은 삶 그 자체인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큰아버지, 형... 아직도 그는 복작거리던 대장간의 추억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린다. 그 기억을 연료 삼아 오늘도 그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무쇠와 맞선다.

마을의 역사가 된 89년 막걸리 양조장

 

당진 신평면 고택 마당에서 고두밥을 펼쳐 놓은 부자를 만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지역명사가 된 김용세 명인과 명인의 아들, 3대 김동교 씨다. 이곳은 1933년 명인의 아버지, 김순식 옹에서부터 이어져 온 양조장. 지금은 동네를 대표하는 문화관광명소가 됐다. 넓은 간척평야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당진 쌀에 덖은 연잎을 넣어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이집 막걸리는 살아있는 마을의 역사다. 상조일미(常調一味). 백년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도 같은 맛을 지키기 위해 부자는 매일 인생을 돌아보고 마음을 닦는다.

 

행복을 찾아 소난지도로 온 귀어 부부

 

당진에서 가장 큰 섬, 난지도로 향한다. 10대 명품 섬으로 꼽힐 만큼 풍광이 아름다운 난지도는 도비도선착장에서 배로 7분. 배우 김영철은 선착장 앞 출발 예정인 낚시 배를 탄다. 그곳에서 소난지도에 정착한 지 6년차라는 선장 하상익 씨를 만난다.

당진 내륙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30년, 하상익 씨와 아내는 바닷가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섬에 온 건 낭만적인 로망 때문이 아니었다. 오랜 회사생활 끝에 차렸던 사업이 망했고 부부에겐 세상과 거리 둘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주변의 눈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둘만 생각하고, 둘만 바라볼 수 있는 곳. 물론 처음 해본 낯선 섬 살이는 모든 게 시행착오. 게다가 생계를 꾸릴만한 일도 구하기 힘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갯가에서 무작정 조개를 캐다 아내는 어깨를 다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섬을 떠날 수 없었던 건 행복. 그간의 일상에선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때문이었다. 부부는 넓은 벌 한 가운데에서 노래를 부르고 배를 타고 나가 둘만의 추억을 쌓으며 신혼처럼 산다. 서로가 서로의 의미가 되어준다.

 

내일도 함께, 60년 단짝 섬마을 노부부

 

썰물로 드러난 소난지도의 바다 텃밭. 갯가에서 노부부가 바지락을 캔다. 배우 김영철을 보고 반가워하는 아내와 달리 남편의 반응은 유독 남다르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자신이 이 섬의 31대손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알고 보니 작년 무렵부터 찾아온 초기 치매의 영향이란다. 함께 바지락을 캐러 나오는 것도 실은 무엇이라도 하면 병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내의 바람 때문이다. 시집 식구까지 열두 명, 작은 초가집에서 살던 부부는 이 섬에서 갖은 고생 다 하며 살았다. 자식 다 출가시키고 둘만 남은 섬. 이젠 행복하게 살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 끝난 고생 길,남편은 젊은 날 그 한때에 머물러 있다. 아내가 다시 남편의 손을 끌고 바다로 나간다.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보며 부부는 지난 삶, 좋았던 기억만을 되새긴다.

 

딸부자 어죽 어머니와 고마운 내 딸

 

면천 저수지 옆, 오래된 어죽 식당으로 간다. 81세 어머니가 56년 간 이어온 식당. 7녀 1남, 8명의 자식들을 홀로 건사할 수 있던 생업의 현장이다. 어머니는 스물 넷, 시집 와 시어머니 밑에서 배웠던 매운탕보다 맵고 짜던 시집살이를 떠올린다. 그 시집살이가 익숙해질 만 하니 남편이 쓰러졌고 떠나기 전까지 20년, 간병하랴 장사하랴 밤낮없이 살았다. 편히 등 누일 새가 없던 세월이었다. 그 사이 큰딸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줬다. 어머니 마음을 어머니보다 더 잘 알아주는 집안의 대들보. 그래서 어머니는 미안하다. 입고 갈 옷이 없어 학교 한번 가보지 못해도 저절로 잘 자라준 딸이. 혼자 남은 어머니를 돕겠다며 곁을 지키고 가게를 돌봐주는 딸이. 어머니는 고맙고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어죽을 끓인다. 굴곡진 인생보다 깊은 사랑이 맛을 더한다.

 

정성과 노력으로 행복을 일군 충남 당진의 이야기는 6월 1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74화 지금만 같아라 – 충남 당진] 편에서 공개된다.

원문: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town/pc/index.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