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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톺아보기

행로난 行路難⑴

by multimillionaire oz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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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로난行路難1)>  이백

 

금항아리 맑은 술 한 말 값이 일만 냥,

옥반에 좋은 진수성찬도 일만 전의 값이어라.

잔 멈추고 젓가락 던져 버리고 먹지 않은 채,

칼 빼어 사방을 둘러봐도 마음만 아득하다.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이 내를 막고,

태항산에 오르려니 산에는 눈이 가득.

한가로이 시내에 앉아 낚싯대나 드리우다,

홀연히 배를 타고 수도로 가는 꿈을 꾼다.

가는 길 어렵도다. 살아가기 어려워라.

갈림길도 많구나. 앞길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냐?

긴 바람 타고 파도를 부수어 공을 세울 날 있으리니,

높은 돛 곧추 달고 창해를 건너리라.

 

金樽淸酒斗十千2), 玉盤珍羞3)値萬錢4).

금준청주두십천, 옥반진수치만전.

停杯5)6)不能食, 拔劍四顧心茫然.

정배투저불능식, 발검사고심망연.

欲渡黃河冰塞川, 將登太行7)雪滿山8).

욕도황하빙색천, 장등태항설만산.

閑來垂釣9)坐溪10)上, 忽復乘舟夢日邊11).

한래수조좌계상, 홀부승주몽일변.

行路難, 行路難! 多歧路12), 今安在?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

長風破浪13)會有時, 直挂雲帆濟滄海14).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

 

1.行路難 : 이는 《악부》 잡곡가사의 옛 제목임.

2.斗十千 : 한 잔의 술값이 1만 냥임을 말함. 조식의 <명도편名都篇>에 “歸來宴平樂, 美酒斗十千”이라 함. 

3.珍羞 : ‘진수珍饈’와 같음. 진수성찬. ‘수羞’의 본자는 ‘수饈’. 

4.値千金 : 일부 판본에는 ‘직천금直千金’으로 되어 있으며 ‘직直’과 ‘치値’는 같은 뜻임. 

5.停杯 : 분함과 억울함, 혹은 분발심으로 인해 술과 음식이 넘어가지 않음. 포조의 <의행노난擬行路難>에 “對案不能食, 拔劍擊柱長歎息. 丈夫生世會幾時, 安能蹀躞垂羽翼?”이라 했으며 이를 원용한 것임. 

6.筯 : ‘저箸’와 같음. 젓가락. 

7.太行 : 산 이름. 주봉은 산서 진성현晉城縣 남쪽에 있으며 아주 큰 산맥을 이루고 있음. 장성과 황하 사이의 여러 산들이 모두 이 태항산맥太行山脈에 연결됨. ‘태항’으로 읽음. 

8.滿雪山 : 鮑照의 <舞鶴賦>에 “冰塞長川, 雪滿群山”이라 함. 

9.垂釣 : 고대 강태공이 주문왕을 만나기 전 반계磻溪(지금의 섬서 보계현寶鷄縣)에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음. 

10.坐溪 : 다른 판본에는 ‘벽계碧溪’로 되어 있음. ‘벽계’는 ‘반계磻溪’를 말함. 

11.日邊 : 수도 장안을 말함. 《세설신어》<숙혜편夙惠篇>에 나오며,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도 “望長安於日下”라 함. 그러나 이윤伊尹이 탕湯을 만나기 전 꿈에 배를 타고 해와 달의 주위를 항해한 고사가 있어 이백이 대인을 만날 몽환을 함께 암시한 것임. 

12.歧路 : ‘기로岐路’로도 표기하며 갈림길. 《열자》<설부편說符篇>에 “歧路之中又有歧焉, 吾不知所之, 所以反也”라 함. 

13.長風破浪 : 《남사》<종각전宗慤傳>에 종각이 어렸을 때에 숙부 종병宗炳이 장래 희망을 묻자 “願乘長風, 破萬里浪!”이라고 대답함. 지금도 소년의 큰 뜻을 ‘승풍파랑乘風破浪’이라 함. 

14.濟滄海 : 푸르고 험한 바다를 건너감. 《논어》<공야장편公冶長篇>에 “子曰: ‘道不行, 乘桴浮于海. 從我者, 其由與?’”라 했고, 《사기》<화식열전貨殖列傳>에 범려의 사라짐을 두고 “乘扁舟浮於江湖”라 하여 기개와 은둔을 함께 표현한 것.

 

[해설]

1. 이백이 처음 불려 조정으로 들어갔으나 한림翰林이라는 하찮은 직위였음에도 거만하게 굴자 결국 귀척들의 미움을 사서 궁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천보 3년(744) 장안을 떠났음. 이 시는 그 뒤에 지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모두 4수. 원래 《당시삼백수》에는 그중 제 1수만 실려 있으나 <장섭본章燮本>을 따라 2수를 더 실었으며 본 책도 이를 따름.

2. 운각은 ‘千, 錢, 然, 川, 天, 邊’, ‘在, 海’로 한 번 환운함.

 

(올재클래식스에서 발행하고 교보문고에서 판매된 당시삼백수1권  074-1번 이백이 지은 행로난(1)을 옮겼습니다.)

 

사진:교보문고

 

손수 지음    임동석 옮김    올재클래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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