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설특집' 참 곱다 그 동네 – 충남 공주
2022년 1월 29일 19:10 방송
제155화 '설특집' 참 곱다 그 동네 – 충남 공주
비단결 같은 금강이 흐르고
영험한 정기 가득한 계룡산을 두른 동네, 충남 공주
1500년 전 찬란했던 백제의 고도(古都)이자,
조선 시대 충청도의 수부 도시로,
유구한 시간 영화롭고 번성했던 풍요의 땅이다.
임인년 설 특집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영원히 늙지 않고, 점점 더 농익어가는 곱디고운 동네,
충남 공주를 천천히 걸어본다.
■ 백제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산성
■ 교육 도시의 추억, 하숙촌 이야기
■ 시부모님의 사랑으로 지킨 옛 방직공장 만두전골 집
■ 공주의 떡, 인절미와 훈김 나는 설 풍경
85년 전통을 자랑하는 공주 산성시장. 떡집이 제일 유명해 그 수만 20곳이 넘는다고 한다. 시장 안으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은 설 대목을 맞아 분주한 떡집을 발견한다.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으로, 부모님에 이어 50년째 설 떡을 빚는 사장님은 아주머니들과 인절미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공주의 떡이라고도 불리는 인절미는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난 온 인조 임금의 이야기로부터 유래됐다는데. 당시 임 씨 성을 가진 자가 콩고물을 묻힌 떡을 임금에게 바쳤고, 그 맛이 얼마나 좋은지, 절미(絕美)라 칭찬하며 그의 성을 따 ‘임절미’라고 불렀단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인절미’로 바뀌었다고. 설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은 물론 모내기할 때, 출산할 때 등 예사로 인절미로 먹었다는 공주. 인절미와 함께 더욱 풍성한 설을 맞이한 공주 산성시장으로 가보자.
■ 정안 밤마을의 효부 어머니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밤 주산지, 정안면. 1,10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이 밤 농사를 지을 만큼, 밤과 평생을 동고동락하는 동네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동구 밖에서부터 노령의 밤나무들이 반겨주는 마을로 들어선 배우 김영철, 97세의 시어머니를 50년 가까이 모시고 사는 며느리를 만난다. 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병약한 시부모님과 시동생들 뒷바라지에 3남매까지 길러낸 일흔둘의 며느리. 수확 철이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돈을 줍는다는 마음으로 밤을 주웠단다. 녹록지 않은 살림을 꾸리느라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날들. 며느리의 그 고생스러운 날들을 지켜보며 위로해 준 건 시어머니였단다. 50년 함께 한 세월에, 이젠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는 고부. 설이 되면 어김없이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밤 묵을 쒀 밥상에 올린다는데. 똑같이 지팡이를 짚고 나란히 걸어가는 고부의 뒷모습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았던 ‘효심’을 느껴본다.
■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너비아니 한정식
공주의 신시가지, 빌딩과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산동네에서 외따로 있는 가게를 발견한다. 45년 전부터, 너비아니 한정식 한 가지 메뉴만을 파는 식당. 몇 해 전, 연로한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큰딸 정연 씨가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한 점 한 점 숯불에 구워 올리는 너비아니와 20여 가지가 넘는 제철 반찬들, 그리고 청국장과 해물 찌개까지 하나같이 손 많이 가는 찬을 내느라 잠시도 주방에서 벗어날 짬이 없다는 정연 씨. 그럼에도 힘들게 가게를 꾸려가는 이유는 모두 어머니 때문이란다. 10살에 식당 일을 시작해, 온갖 궂은일 해가며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는 어머니의 모든 것이었고, 유난히 애틋했던 모녀의 추억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곳이란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긴 딸의 따뜻한 밥상을 맛본다.
■ 국내 유일! 7대째 가업 잇는 얼레빗 장인
충남의 명산, 계룡산 자락으로 걸음을 옮긴 배우 김영철. ‘얼레빗 전수관’이라 쓰인 표지석을 발견하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나무 빗인 얼레빗을 만드는 공방이다. 빗살이 굵고 성긴 얼레빗은 기능에 따라 6종에 이르고, 정교한 조각이 더해져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데. 대대로 공예품을 만드는 공조 가문에서 7대째 전승돼, 지금의 장인은 50년 넘게 얼레빗 하나만 만들고 있단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손재주가 집안의 가보인 것. 하지만 정작 장인의 선친은 전통 공예가 점점 설 자리를 잃자, 아들만은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길 원했단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국 빗 만드는 길을 선택한 장인. 한민족의 얼과 가문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얼레빗을 포기할 수 없었단다. 스스로 빛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물건을 쓸 상대의 삶을 빛내주기 위해 ‘영원한 바라지꾼’으로 살고 싶다는 얼레빗 장인. ‘쟁이’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선조의 숭고한 정신을 잇는 그의 올곧은 마음을 잠시 마주해본다.
■ 오래된 직물 동네의 색동 짜는 부부
공주의 북서쪽, 유구읍은 6‧25전쟁 때 이북의 직조공들이 정착하면서, 동네 가득 직물 짜는 기계 소리가 우렁찼던 직물 동네다. 200여 곳이나 되는 방직공장에서 나이 어린 ‘삼천 공녀’들이 직조기를 돌렸던 섬유의 메카는 이제 10여 곳만 남아 그 명맥을 잇고 있는데. 배우 김영철은 오래된 방직공장 골목을 걷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색동’ 천을 짜고 있는 부부를 만난다. 열다섯, 열일곱 어린 나이에 ‘직남직녀’가 된 부부는 스무 살 중반 부부의 연을 맺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색동을 부지런히 짜며, 오색찬란한 인생 비단길을 꿈꿨단다. ‘점심 먹고 낮잠 자는 사장’이 소원이었던 부부. 색동의 쇠퇴기와 함께 그 꿈은 그저 일장춘몽이 되었지만, 색동을 짜는 마지막 직조공이란 자부심 하나로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50년 세월, ‘실밥’을 함께 먹으며 한길을 걷고 있는 오래된 직물 동네의 색동 부부를 만나본다.
날이면 날마다 돌아가 안기고 싶은 마음의 고향 같은 동네, 충남 공주. 언제라도 변함없이 곱디고운 모습으로 익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1월 29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임인년 설 특집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55화 참 곱다 그 동네 – 충남 공주] 편에서 공개된다.
원문: https://program.kbs.co.kr/1tv/culture/town/pc/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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