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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톺아보기

루쉰 - 아큐정전/ 1921

by multimillionaire oz 2020.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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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은 아큐정전을 통해 정신승리법(精神勝利法)으로 노예근성에 젖어있는 아큐로 대표되는 우매한 중국 민중을 치료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학대받던 존재인 아큐들의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어떠한 혁명도 무력하며, 오히려 민중은 그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아큐정전을 통해 폭로하고 있습니다. 2020년을 살고있는 한국의 아큐들에게도 노신의 진단은 유효한 듯 합니다.

 

루쉰(노신, 1881년 9월 25일~1936년 10월 19일)

본명은 주수인(周樹人), 자는 예재(豫才)로 중국 절강성 소흥부 선안의 동창방구에서 태어나 부유한 가정에서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재산을 잃고 친척집에 맡겨졌다. 17세에 집을 나와 남경의 수사학당에서 공부하던 중 헉슬리의 『진화론』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졸업 후 일본에 유학하여 의학을 공부하였고, 귀국하여 항주의 사범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37세에 처음으로 '노신'이라는 필명으로 『광인일기』를 발표하였는데 이 작품은 지금도 반봉건 사상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듬해 「신보」에 연재한 『아큐정전』은 노신의 대표작이자 중국 문학의 대표 작품으로 평가되었고,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고전이 되어 영어, 불어, 독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1927년, 46세에 상해에서 허광평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상해에 머물며 문필 활동에 전념하였다. 1936년 초부터 병으로 시달리다 10월에 5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노신의 작품으로는 소설 『광인일기』 『고향』 『공을기』 『아큐정전』 등이, 소설집으로 『눌함』 『화변문학』 등이 있다.

 

[아큐정전(阿Q正傳, The True Story of Ah Q) /1921]의 줄거리

1921년에 발표한 대표적인 중편 소설로, 베이징 신문 〈진보부간〉(晨報副刊)에 연재되었는데 노신은 아큐의 정신승리법(精神勝利法)을 통해 우매한 중국 민중을 치료하려 했다. 이 작품은 전편이 9장(제1장 서(序), 제2장 우승의 기록, 제3장 속(續) 우승의 기록, 제4장 연애의 비극, 제5장 생계문제, 제6장 중흥(中興)에서 말로(末路)까지, 제7장 혁명, 제8장 혁명불허(革命不許), 제9장 대단원(大團圓))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하층 신분의 날품팔이 아큐(阿Q)를 주인공으로 중국 구사회와 민중이 지닌 문제를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파헤치고 있다. 작품의 전반에 그려진 정신승리법(精神勝利法)은 민중 자신 속에 있는 노예근성이며, 작가의 붓은 아큐를 그 집중적 존재로서 그리고 있다. 따라서 아큐라는 이름은 널리 그와 같은 성격의 대명사로 사용되기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전개에 따라서 아큐는 차츰 피압박자로서의 양상을 깊이 하여 작자는 아큐의 운명에 대한 동정과 접근을 더해 간다. 아큐는 최후에 신해혁명 후의 지방정부의 손에 총살당하는데, 그것은 동시에 구사회에서 가장 학대받던 존재인 아큐들의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어떠한 혁명도 무력하며, 오히려 민중은 그 피해자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의 폭로이다.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로맹 롤랑을 깊이 감동시켰다고 한다.

 

아큐는 이름도 성도 없이 조 씨 댁에 얹혀 살면서 조씨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는 인물로 떠돌이 패의 한 사람이다. 전형적 노예근성을 지닌 무지몽매한 쿨리(중국 하층민, coolie, 중국이나 인도의 하층 육체 노동자, 막일꾼)의 상징이다.

 

“우리가 예전에는 네깐 놈들보다 훨씬 잘 살았어, 네깐 놈들이 대체 뭔 화상들이냐고!”
…아Q는 집이 없어서 웨이장의 서낭당에 거주하였다. 또 일정한 직업도 없어서 주로 사람들에게 품을 팔았다.

아큐에 대해서는 이름과 출신지, 그리고 행적에 관해서도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는 집도 없이 웨이장에 있는 동구 밖 사당에서 기거하고 있다. 그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으므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내 아들은 네놈들보다 훨씬 더 떵떵거리며 살 거다’라고 하였다.…게다가 읍내를 몇 번 출입하고 나서는 아Q의 자부심이 더욱 대단해졌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읍내 사람들을 천시하는 태도로 나타났다.…그러나 그는 웨이장 사람들을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가소로운 촌놈들로 취급하였다.…아Q는 ‘예전에 잘 살았고’ 식견도 높은 데다 ‘재주도 뛰어났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124p)

그러나 하는 일과는 달리 매우 자존심(自尊心)이 강한 인물이어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건드려도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일관한다. 그의 신체적인 결함은 머리가 조금 벗겨진 대머리라는 것이고, 마을사람들이 그의 이러한 결점에 대하서 언급해도, 노름에서 많은 돈을 잃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상대를 가늠해보고 말이 어눌한 사람이면 욕지거리를 퍼붓고, 힘이 약한 사람이라면 두들겨 패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아Q가 손해 볼 때가 훨씬 많았다. 그는 점점 방침을 바꾸어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기로 작정하였다. --->아큐의 인간성 고발
“결국 아들놈에게 맞은 셈이군, 요새 정말 세상 꼴이 말이 아니게야…”그리하여 그는 마음 가득 만족감에 젖어 승리의 행진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큐의 정신승리

아Q는 마음속 생각을 나중에 하나하나 까발리기를 좋아하였기 때문에, 무릇 아Q를 놀려대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에게 ‘정신승리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들은 그의 변발을 잡아챌 때마다 이렇게 선공의 초식을 날리는 것이었다.(127p)

 아큐는 매사에 자신있게 처신했고 따라서 자연히 승리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아큐가 유명해진 것은 마을의 세도가 자오씨의 아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난 뒤부터이다. 그에게는 매우 싫어하는 인물들이 있는데, 거지인 왕과 첸, 그리고 지주인 첸가(家)의 아들이 그들이다. 특히 첸가의 아들은 서양식 학교와 일본 유학을 아침저녁으로 드나들 듯했고, 변발도 잘라버렸기 때문에 아큐는 그를 양놈이라고 욕했다. 그런데 아큐의 욕이 그의 귀에 들어가 화가 난 첸의 아들이 지팡이로 아큐를 두들겨 팬 것이다.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비구니에게 다가가 시비를 거는 장면) 주막 안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었다. 아Q는 자신의 공로가 인정을 받자 더욱 신바람이 났다.…아Q는  더욱 득의만만하여 다시 감상가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힘껏 그녀의 뺨을 한 번 더 비틀고는 그제야 손을 놓았다.(138p)

 아큐는 장난도 몹시 즐겼다. 한 번은 그가 비구니를 놀리려고 그녀의 볼을 꼬집었는데,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아큐가 여자를 안 것이다. 결국 이러한 아큐의 변화는 자오씨의 집에 쌀을 찧으러 갔을 때 일어나고 말았다. 그는 자오씨의 집에서 일하는 젊은 과부 우마에게 수작을 걸어, 우마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여온 자오씨는 아큐를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고, 결국 아큐는 금 2천 문과 이불을 그 대가로 지불해야 했다. 그런 아큐는 우마와의 사건이 있은 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여자들은 아큐만 보아도 도망갔고, 남자들은 아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외상술도 주지 않았다. 전에는 친하던 사당 당지기도 아큐를 보면 언짢아하고, 더구나 그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아Q의 말에 의하면, 그는 거인(향시에 급제한 사람) 영감 댁에서 일을 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듣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숙연해졌다.…그런 분의 댁에서 일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당연히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163p)

그러나 아Q는 또 이제 다시는 그 집으로 일하러 가기 싫다고 했다. 왜냐면 영감님이 ‘니미럴한 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웨이장 사람의 눈에 비친 아Q는 자오대감을 뛰어넘었다고 말할 순 없어도 거의 비슷한 지위에 있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아Q에게 ‘존경하면서도 멀리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아Q의 원한을 살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인데,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가 다시는 도둑질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좀도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가 다시 웨이장으로 돌아온 것은 중추절 직후였는데, 그는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 산 옷에다 모든 거래를 현찰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신기하고 새로운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여자들은 아큐가 가지고 온 물건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은근히 만나고 싶어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큐가 도둑이의 앞잡이였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러한 흥미는 자연히 시들해지고 말았다.

 

명성이 뜨르르한 그 거인 영감조차 그렇게 벌벌 떨 줄이야! 그리하여 아Q는 자기도 모르게 혁명당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혁명도 좋은 거네.” 아Q는 생각했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나던 해, 9월 14일에 뜸으로 갑판을 위장한 파이 어른의 배가 자오씨의 선착장에 닿게 되었다. 혁명당을 피해서 이곳에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아큐는 혁명당을 알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혁명당에 놀라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아큐는 혁명당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4, 5일이 자나자 민심은 가라앉고 혁명당이 온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안심하게 된다. 아큐가 혁명당에 가입하기 위해 첸가의 아들을 찾아간 날 밤에 자오씨의 집이 습격을 당했다. 아큐는 자신을 내쫓은 자오씨에 대해서 감정이 있었고, 마을사람들도 자오씨의 집이 습격당한 것을 은근히 속으로는 기뻐했다. 그러는 한편 그들은 두려움도 느꼈다.

 

도둑으로 몰려 읍내의 관아에 도착했을 때도 잡혀 온 이유를 알지 못한 아Q. 그들이 아Q에게 사연을 물었을 때 아Q는 시원시원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반역을 하려 했기 때문이오.”
-도둑으로 몰려서 관아에 잡혀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아큐

그는 두 번째로 감금되었지만 결코 심하게 괴로워하지는 않았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생을 살다보면 더러 잡혔다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며, 또 때로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리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다만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리지 못한 점이 그의 ‘행장’에 오점이 될 뿐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오점’이라 생각하는 아큐

벌써 그의 말을 씹어 먹었을 뿐만 아니라 또 그의 살점 이외의 것들까지 씹어 먹으려고 언제까지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를 좇아오고 있었다. 이 눈빛들은 마치 하나의 기로 뭉쳐져서 벌써 그의 영혼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사람 살려 ……”
그러나 아Q는 이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아큐가 체포되었는데 누가 누명을 씌웠는지 몰라도 아큐가 자오씨의 집을 습격한 장본인이라는 것이었다. 아큐는 생전 처음 붓을 들고, 서명하는 대신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형장으로 끌려가면서 군중 속에 서 있는 우마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아큐는 무수한 인파들의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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