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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문학 개관] 5. 북한의 문학

by multimillionaire oz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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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북한의 문학

 

1) 북한 문학과 사회주의 문화건설

 

남북 분단 이후 북한문학은 북한 사회의 변동과 연관하여 대개 네 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첫째 평화적 조국 건설기(1945-1950), 둘째 조국해방 전쟁기(1950-1953), 세째 전후 복구 건설과 사회주의 기초 건설을 위한 투쟁기(1953-1960), 네째 사회주의의 전면적 건설과 사회주의 완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투쟁기 (1960년대이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문학 예술은 1960년대 중반을 분수령으로 하여 그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60년대 중반 이전에는 사회주의 이념의 문화 예술적 실천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면, 그 이후부터는 주체의 문예운동이 폭넓게 전개되어 왔다고 할 것이다.

 

북한문학은 1945년 해방직후부터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그 체제의 정립을 위해 사상과 이념에 대한 선전 계몽에 앞장서고 있다. 해방 직후 북한에서 사회주의 이념의 예술적 실천을 목표로 하여 조직된 본격적인 문예단체는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1946.3)이다. 이 조직은 이미 서울에서 결성된 조선문학가동맹(1946.2)과 분리되어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 지역의 독자적인 문예 활동을 장악하는 단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 조직의 중심 인물들은 대부분 서울에서의 활동을 포기하고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새로운 문예활동을 위해 월북한 이기영, 한설야, 안함광, 송영, 박세영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진보적 민주주의에 의한 민족 문화의 수립, 반봉건 반민족적 예술 세력과 관념의 소탕, 민족 문화유산의 비판적 계승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북한 지역의 모든 문예활동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은 문예운동의 방향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미학을 바탕으로 공산당의 정치 노선에 종속시키고, 중앙예술공작단(1946.5)을 조직하여 그 이념의 선전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이른바 건국사상동원운동은 당시 북한 주민의 사상을 공산주의로 개조하기 위한 의식개혁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문학 예술가들이 선봉에 나서서 교화계몽운동을 담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1950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 북한의 문학예술은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 북한 당국은 전후 복구사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문학 예술인들을 다시 조직 동원하게 된다. 천리마운동으로 지칭되고 있는 전후 복구사업의 수행은 북한에서 사회주의체제의 정착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대중에 대한 사상적 통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초기까지 북한의 문학 가운데에서, 시의 경우는 조기천의 장시 「백두산」과 강승한의 「한라산」이 주목된 바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시적 형식의 면에 있어서 서사성의 확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백두산」이 영웅적 형상을 통한 이념의 제시를 위주로 하고, 「한라산」이 집단적 의식의 표출을 통해 투쟁성을 강조한 점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소설의 경우에는 이기영의 「땅」, 「두만강」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땅」은 북한의 토지개혁운동을 배경으로하여 무산계급의 사회적 성장과 사회주의 체제의 확립을 역사적인 필연성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이 민주적 국가 건설기에 알맞은 새로운 인간형의 창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두만강」은 대하적 성격을 지닌 소설로서, 우리 근대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민중세력의 성장과 그 자주성을 위한 투쟁으로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 소설적 기복과 구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역사 해석의 의도성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이밖에도 윤세중의 「시련 속에서」 천세봉의 「석개울의 새봄」 황건의 「탄맥」 등이 평판작으로 인정받았다. 이 작품들도 그 내용이 모두 사회주의 체제의 정립 과정과 연관되는 것으로서, 집단적 계급의식이 중심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이다.6‧25 전쟁이 끝난 후부터 북한 문학에서는 김일성을 찬양하고, 그 지도력을 선전하는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점이 또다른 특징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의 용맹성을 노래하거나 6.25 전쟁 당시의 지도력을 과장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시와 소설들이 이 무렵부터 북한문학의 주류를 이루게 된 셈이다  

 

2) 주체사상과 문학

 

1960년대 이후 북한의 문학 예술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미학적 요건을 김일성의 주체 사상에 입각하여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주체성과 혁명성이 더욱 고양되는 변모를 보여 준다. 1960년대 이전의 문학 예술이 사회주의의 이념,계급적 요소, 인민성의 요건 등을 중시하고 집단적인 것과 전형적인 것의 창조를 강조했다면, 1960년대 이후의 문학 예술에서는 주체적인 것과 혁명적 투쟁 의식이 내세워짐으로써 그만큼 이념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북한의 주체의 문예 이론은 문예형식의 민족적 특수성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그 내용에서 혁명적 이념이라는 사회주의적 사상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김일성의 혁명 사상에 근거하여 혁명적 이념을 구현하고 있는 <혁명적 문예형식>을 민족문학 예술의 전형으로 내세우고 있다. 혁명적 문예 형식이란 일제 식민지 시대 김일성의 항일 무장 투쟁시기에 김일성의 지도 아래 창작되었다고 하는 항일 혁명 문학 예술 「꽃파는처녀」 「피바다」 「한 자위단원의 운명」 「조선의 노래」 등의 형식을 지칭한다. 이 작품들은 북한의 문학사에서 노동 계급의 영도 아래 진행되는 혁명 투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혁명적 입장에서 형상화함으로써 인민 대중의 계급적 각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인민 대중의 요구와 참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문학예술이 본받아야 할 불멸의 전형으로 평가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북한에서는 이러한 혁명적 문학예술 가운데 「피바다」 「꽃파는 처녀」 「한 자위단의 운명」과 같은 작품들을 이른바 혁명적 대작으로 완성하기 위하여 소설 연극 가극 영화등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놓았고, 그 결과로 항일 혁명문예의 집체적인 완성을 보게 된다. 그리고 6․25 전쟁에서의 인민 전사들의 투쟁이라든지, 남한에서의 반체제 활동에 대한 선전 등을 소재로 하는 문화예술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창작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특히 김일성의 혁명투쟁의 과정을 과장적으로 확대 해석한 「불멸의 역사」를 대하적 형태로 완성해 놓고 있다.

 

이들 작품 가운데 「꽃파는 처녀」 「피바다」 「한 자위단의 운명」 등은 일제 식민지 현실의 민족 계급적 모순을 폭로하면서 계급혁명과 항일투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모티프가 공통적이다. 각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좌절과 실의를 딛고 굴욕의 현실에서 벗어나 혁명의 대열에 동참하는 과정 자체가 구조상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꽃파는 처녀」의 경우는 일제시대 농촌의 한가정을 중심으로 일제의 탄압과 지주들의 횡포로 부모를 잃은 여주인공이 조선혁명군의 대원이 된 오빠의 도움으로 시련의 삶을 벗어나 혁명의 길에 나서고 있다. 「피바다」의 주인공은 일제의 침략으로 남편을 여읜 아낙네이다. 그녀는 혁명조직의 공작원을 살리기 위해 아들마저 잃게 되지만 강인한 의지로 곤경을 벗어나 혁명투쟁의 길로 나서게 된다. 「한자위단의 운명」은 일제의 강압으로 친일조직인 자위단에 끌려간 남자주인공이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일제에 대항하여 싸우며 유격대에 참여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내용에서 볼 수있는 것처럼 이들 항일 혁명연극은 인민대중을 혁명대열에 참여하도록 하는 선동적 기능이 가장 강조되고 있으며, 혁명투쟁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문학은 항일혁명문학예술의 혁명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김일성의 주체 사상에 기초한 문예이론에서도 혁명사상을 핵심적인 요건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다. 더구나 당의 문예정책 또한 혁명사상의 구현을 중요한 지표로 내세움으로써, 문학예술의 창작과 그 연구에서 혁명성의 이념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3) 개방화시대의 문학

 

198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문학은 주체의 문예 이론이 요구하였던 이념적 성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이같은 변화는 먼저 문학 연구 영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북한의 근대문학사 연구자들에 의해 반동적 부르조아 작가로 비판받았던 이광수, 현진건, 이효석, 채만식 등의 문학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그 진보적인 성격이 새로이 조명되었으며, 시인 김소월, 한용운 등에 대해 적극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 김일성의 항일 혁명 투쟁에 가려졌던 일본 식민지 시대의 계급문학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문학 연구 영역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의 물결은 문학 창작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집단적 이념을 중시하며 혁명 위업에 대한 찬양에 주력했던 북한의 시단에 서정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였으며, 소설의 경우에도 집체 창작을 중심으로 혁명적 대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대중적 취향에 접근하여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소설 속에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사회의 내부적인 변화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학사의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981년에 완간한 『조선문학사』(전5권)를 새로이 개편하여 전체 15권의 방대한 분량의 『조선문학사』(사회과학원주체문학연구소)를 기획 편찬하게 되었으며, 1996년에 대학용 문학교재를 모두 교체하였다. 이 작업은 아직 남한의 학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의 개방화 경향이 문학사 기술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절대적 배제론의 관점에서 남한 문학을 거부해온 북한의 노선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남북한 문학의 간격을 좁히고 관심사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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