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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문학 개관] 2. 개화계몽시대의 문학

by multimillionaire oz 2019.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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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화계몽시대의 문학

 

1) 전통문학의 양식적 변혁편집

 

한국 사회의 현대적 변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개화계몽시대는 한국 현대문학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현대문학은 이 시기에 국어국문운동을 기반으로 새롭게 성립된다. 전통적인 한문 중심의 문필 활동이 쇠퇴하면서 국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글쓰기로서의 현대문학이 성립된 것이다. 당시에 새로이 등장한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문필 활동의 중요 매체를 보면, 한시를 비롯한 다양한 한문 산문 양식들이 중심 영역에서 밀려나고, 국문체 또는 국한문체의 다양한 산문 양식과 시가 양식이 주도적인 지위를 획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문학 양식의 성립 과정에서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문학 양식의 근대적 변혁 과정이다. 개화계몽운동과 함께 새로운 시대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한 서사 양식 가운데 역사적 인물의 애국적인 활동을 그려낸 영웅 전기는 전통적인 한문학의 전(傳)의 양식적 확대에 해당한다. 애국사상의 계발, 민족의식의 각성 등 계몽적 의도에 의하여 창작된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신채호의 「을지문덕」, 「동국거걸 최도통전」,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전」 등이 당대 현실에서 요구되는 영웅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우화 형식이나 한문학의 몽유록 형식도 개화계몽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변화한다. 현실 사회와 시대 상황을 풍자 비판하는 우화는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간 세상의 도덕적 타락과 혼란을 비판하는 동물들의 연설을 통해 충효, 화친, 우애 등의 전통적인 윤리적 규범과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필수의 「경세종」, 작자를 알 수 없는 「금수재판」 등이 유사한 계열의 작품이다. 꿈이라든지 초현실적인 공간을 설정하여 현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유원표의 「몽견제갈량」, 박은식의 「몽배금태조」, 신채호의 「꿈하늘」 등도 우화적 요소가 강하다. 이러한 작품 형태는 현실과는 상반되는 꿈의 장면을 그려놓고 꿈속에서 서사적 자아의 이상과 의지를 표출하고 있으며 개화계몽시대 지식인들의 정신적 지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침략적인 외세에 대해 비판적이며, 민족주의적인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 양식들은 일제 통감부 설치 이후 규제의 대상이 되었으며, 식민지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압수되거나 발매 금지 처분을 받게 되어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조선시대 국문 시가 형태로 널리 유행했던 가사 양식은 동학 가사, 의병가사, 개화가사 등으로 분화하면서 논설이나 서사 등에서 다룰 수 있는 현실 사회의 여러 문제를 운문 양식 속으로 포괄하게 된다.

개화 가사는 전통적인 가사 형태에서 운문의 형식적 요건만을 계승하고, 그 내용은 다양한 분화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 비판적인 논설적인 내용을 운문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대한매일신보의 「사회등 가사」는 개화 가사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개화가사는 그 율문적인 형식의 자유로운 확대가 허용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적 서정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내용의 개방성으로 인하여 당시의 여러 가지 산문 형태와도 서로 경쟁하면서 새로 등장하는 창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 형태적 변화를 통해 창가와 같은 새로운 시 형태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조는 음악적인 창곡과 분리되면서 시의 형식으로서의 개화시조로 변모한다. 개화시조는 가창의 형식으로 음악과 함께 향유되던 관습에서 벗어나 음악과 분리된 시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대한매일신보, 대한민보 등에 발표된 수백 편의 시조들은 그 작자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조의 시 형식을 통해 현실 비판 의식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주 독립의 의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2) 새로운 문학 양식의 성립편집

 

개화계몽시대에 등장한 신소설은 이야기의 내용에 비현실적인 초월적 세계의 개입이 사라진 대신에 일상의 삶이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서사 구조에서 시간의 역전적 전개를 구성의 원리로 활용한다. 신소설은 이인직, 이해조, 최찬식, 김교제 등의 직업적인 작가층의 형성과 함께 국문체를 기반으로 대중적인 독자를 확보하면서 널리 유행한다. 이인직의 「혈의 누」, 「치악산」 「은세계」 등을 이어, 이해조는 「빈상설」, 「구마검」, 「화의 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최찬식의 「추월색」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인직의 「혈의루」는 조선 말기 청일전쟁을 겪은 평양의 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청일전쟁은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지만, 전란 속에서 가족을 잃은 여주인공은 일본 군인들의 도움으로 개화의 길로 인도되고 새로운 삶을 열어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청일 전쟁의 승리자가 된 일본이 전란 속의 조선인을 구출하고 문명개화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구원자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을 매개로 하여 조선의 개화를 주장하고자 했던 작가의 시대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소설 「혈의루」의 이야기는 여주인공의 가족 상봉과 신식 결혼 이야기로 이어지는 소설 「모란봉」으로 연결된다. 「모란봉」은 여주인공의 귀국과 가족 상봉이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지만, 결혼에 얽힌 여러 가지 뒷이야기를 과장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여주인공이 추구했던 개화 문명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윤리와 가치의 붕괴라는 또다른 현실의 문제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소설 「은세계」는 갑신정변을 전후한 시대를 배경으로하여 부패한 사회 현실에 대한 불만과 정치 제도의 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봉건적인 사회 제도와 부패한 탐관오리의 학정을 고발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후반부에서는 이 주인공의 자녀들이 성장하여 외국 유학을 거쳐 문명 개화의 이상을 안고 귀환하는 과정을 보여 주지만, 이야기의 완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해조는 신소설의 대중화를 이루어 놓은 작가이다. 「빈상설」은 처첩간의 갈등과 그 해결의 과정을 권선징악의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이야기의 내용 자체가 세속화되고 개인화된 삶의 변화를 반영한다. 「구마검」의 경우는 미신 타파라는 사회적인 주제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개인의 세속적인 욕망과 그 문제성이 깔려 있다. 신소설은 이해조 이후 최찬식의 「추월색」과 같은 작품이 등장하기도 하였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욕구대로 개인적인 취향물로서의 통속적인 이야기책으로 변모되고 있다. 신소설 작가들이 보여준 대중적인 흥미성에의 집착은 신소설의 사회계몽적 기능을 약화시킨 대신, 그 방향을 개인적인 취향 문제로 전환시켜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전통 시가 양식의 변혁 과정에서 나타난 개화가사와 개화시조의 뒤를 이어 등장한 창가와 신체시는 개화계몽시대의 새로운 시문학의 성립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시 형태는 근대적인 자유시 형성 과정의 첫 단계에 등장하고 있다. 창가는 독립신문에 독자 투고 형식으로 발표된 「애국가」가 대표적인 형태인데, 전통적인 가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인 후렴을 붙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창가는 서양 음악의 곡조에 맞춰 가창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최남선의 「경부철도가」 등에 이르면 개화가사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길이가 확대되고 가사의 고정적인 율격의 패턴에서 벗어나 7.5조의 새로운 율격이 등장하고 있다. 창가는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노래하거나 문명개화의 이상을 노래하고 있는 계몽적인 요소가 그 내용에 담겨져 있다. 신체시는 시적 형태의 고정성에서 벗어나 자유시의 형태에 접근하고 있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꽃 두고」, 「태백산시」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작품들은 개화 가사나 창가 등에서 볼 수 있는 고정적 형식에서 벗어나 시행의 구분이 비교적 자유롭고 전체적인 시적 형식도 어떤 규칙적인 틀을 벗어나고 있다. 신체시는 그 형식상의 새로움에도 불구하고, 최남선의 개별적인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새로운 시적 형식의 탐구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형식의 등장은 자유시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계라는 점에서 일정한 문학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3) 창극과 신파극편집

 

개화 계몽 시대의 극양식은 판소리의 창극화 과정과 일본 신파극의 수용과정으로 그 특성을 요약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연희 형식 가운데 판소리는 판소리 사설이 지니는 서사적 요소와 그 창곡의 음악성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명창에 의해 구연된다. 그러나 이같은 판소리에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사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의 역할을 분담하여 노래하는 새로운 방식이 19세기 말부터 등장한다. 이것을 창극(唱劇)이라고 한다. 창극의 등장은 전통적인 판소리가 연극적인 형태로 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창극 형식은 이인직의 소설 「은세계」가 창극적인 형태로 공연되면서 점차 근대적인 연극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편 이 시기에 일본 신파극의 수용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신파극은 그 내용이 직접 번역 소개된 것이 아니라 대개 한국적인 시대 상황에 맞춰 극의 구성과 내용을 번안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파극은 임성구가 창립한 극단 <혁신단>이 「불효천죄(不孝天罪)」와 같은 작품을 공연함으로써 시작된다. 신파극은 대중적인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일본 대중문화를 한국에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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