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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1600년에 그린, 첫 번째 <성 바울의 회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주문자에게 거절당합니다.
너무 산만하고 난잡하고 정신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요.
그래서 카라바조는 두 번째로 <성 바울의 회심>을 그리게 됩니다.
바로 이 작품입니다.
첫 번째 작품과 달리,
신도 천사도 없이 그저 빛줄기만이 있습니다.
제목을 모르거나 성 바울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성경 이야기라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영성적인 분위기는 훨씬 두드러지지요.
성경 이야기라는 것은 모른다 해도,
말을 비추는 빛과 성스러운 분위기만은 포착할 수 있는 그림이니까요.
고요함 속의 신성함이라는 표현에 꼭 들어맞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성 바울의 회심>은 바로크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주문자가 새로 그리라고 해서 그린 그림이 이전 작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카라바조(1571~1610)는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극단적일 정도로 강렬한 명암법이 인상적이며,
바로크의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화가입니다.
<성 바울의 회심>은 성경에 나오는, 바오로/바울 사도의 이야기입니다.
번역에 따라 <성 바울의 개종>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바울 사도의 원래 이름은 사울이었습니다.
사울은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를 탄압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말 타고 가다가 갑자기 강렬한 빛이 쏟아지는 바람에 땅으로 떨어지지요.
그 때 바울은 너무나 눈부신 빛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는데,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름을 바울로 바꾸고,
기독교를 전파하는 사도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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